부산광역시 장산 산속에서 출몰한다는 호랑이를 닮은 괴생명체 '장산범'의 전설은 현대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명세를 탄 도시전설입니다. 대부분의 요괴 전설이 전근대에 만들어진 것과 달리, 장산범 괴담은 미국의 '슬렌더맨'이나 일본의 '쿠네쿠네'처럼 최근에 창작된 현대의 괴담입니다.
장산범 전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적인 한국 요괴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컨셉 때문인데요. 특히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 현대인들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배경 설정이 탄탄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설 속의 요괴들은 구전되는 과정에서 설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장산범은 이렇게 설정이 확실히 잡혀 있기에 혼선이 없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장산범의 정확한 외형은 매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진홍색 피부, 비단같이 곱고 긴 털, 호랑이와 닮은 골격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여성의 머릿결 같은 아름답고 고운 백발의 긴 털인데, 이 털이 일종의 환각을 일으켜 분명 호랑이 모습이지만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사람의 경계심을 없앤다고 하네요. 장산범을 그린 일러스트에서도 이 치렁치렁한 머리털과 길쭉한 네발로 묘사되는데, 전신에 긴 털이 잔뜩 난 사람이 네발로 기어가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울음소리 또한 기이한데, 칠판이나 쇠를 긁는 듯한 소리를 비롯해 물소리, 빗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여러 소리를 내며, 생물의 목소리까지 완벽히 흉내 낼 수 있어 호랑이, 늑대, 개 등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물론, 사람의 비명, 아기 울음소리, 노인의 목소리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아는 사람의 목소리로 홀려 사람을 유인했다가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장산범 전설이 갖는 의미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간 도시전설이라는 점에서 형태는 다르지만 전설이 그랬듯 과거의 구전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과 현대인들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가 창작되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그 인기만큼이나 장산범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영화나 웹툰도 나왔었으니 요괴들 계보에서는 막내뻘이겠지만 이름빨만큼은 네임드 요괴가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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