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무더기의 역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호한 경계에 대한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이 역설은 대머리와 대머리 아님의 경계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이는 단순히 머리카락의 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우리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보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더기의 역설이란?
"무더기의 역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렌의 역설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역설은 "한 올의 머리카락을 뽑는다고 해서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 올까지 뽑아도 대머리가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대머리"와 "대머리 아님"의 경계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머리카락의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느 시점부터 "대머리"라고 불러야 할지 모호해집니다.
이처럼 모호한 경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험 점수: 80점이 합격 기준이라면 79점과 80점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합격 여부가 갈립니다.
나이 제한: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혜택을 주거나 제한하는 경우, 비슷한 나이에도 대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키: 탑승 가능 키를 180cm로 정했다면 179cm와 180cm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탑승 여부가 갈립니다.
이처럼 우리는 연속적인 값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려 할 때 경계 지점에서 모호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런 모호성은 우리가 세상을 "이것 또는 저것"으로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려는 데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개념과 현상은 연속적이며, 경계를 정의하기가 모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난"과 "부유함"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입니다. 마찬가지로 "건강함"과 "병들었음"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연속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계를 명확히 정의하기보다는 그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경계를 정의할 때는 단순한 수치만이 아니라 맥락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키에 따른 제한을 둘 때는 단순한 수치 기준보다는 안전과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더기의 역설"은 우리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때 마주치는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는 세상이 복잡하고 연속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연속성을 인정하고,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여 유연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호한 경계에 직면했을 때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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